Again Pyeonchang 10일차
- WOOK
- May 13
- 2 min read
출발지 : Bikin
도착지 : Vzazemskiy
주행거리 : 107.34km
주행시간 : 7:16:19
새벽 네 시. 푹 자고 일어나 투숙객 두 분께 방해가 될까 불도 켜지 않은 채 조심스레 짐을 챙긴다. 혹시라도 빠뜨린 물건이 없도록 몇 번이고 확인한다.
1층 식당은 24시간 운영이라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며 어제 염수경 추기경님이 보내주신 격려 메시지를 다시 읽어본다. 그 말씀을 되새기며 오늘도 용기를 내본다.
밖으로 나가보니 가는비가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비옷이 준비되어 있으니 비 정도는 문제 삼지 않기로 한다. 다시 식당으로 내려와 간단히 식사를 마치고, 가는 비를 맞으며 힘차게 출발한다. 새벽 다섯 시, 오늘도 끝없는 길을 향해 끝없이 달려간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셨다. 휴대폰 기능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길찾기에도 서툴며 외국어도 전혀 못하는 나였기 때문이다. 블라디보스톡의 수퍼스타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한국인 자동차 여행자 네 분 중 한 분은 70대이셨는데도 휴대폰 기능을 능숙하게 활용하셨다. 반면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휴린이’ 수준이었으니 모두의 걱정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인 장원구 사장님은 내게 큰 용기를 주셨다.
“길은 몰라도 하바롭스크와 모스크바만 찍고 직진만 하면 됩니다. 교차로가 나오면 차가 더 많이 다니는 길로 가면 돼요. 아무 문제 없습니다.”
또 도로 주변에는 트럭커들이 쉬어가는 쉼터가 있으니 그곳에서 잘 수도 있고, 숙박이 어려우면 감시카메라가 있는 곳에 텐트를 치고 자면 된다고 했다. 예전에는 휴대폰 없이도 여행을 다녔는데 무슨 걱정이냐는 말씀에는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여행 준비를 위해 환전도 마쳤고, 러시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카드도 만들었다. 무엇보다 장원구 사장님이 자처하여 러시아 여행의 베이스캠프가 되어주겠다고 한 것이 참 고마웠다. 매일 보이스톡으로 연락하기로 하니 더욱 안심이 되었다.
일 년에 자전거 여행자가 한두 명씩은 꼭 오는데 지금까지 별문제 없이 여행을 마쳤다고도 했다. 심지어 내가 와이파이 설치조차 못한다고 하자, 숙소에 도착하면 휴대폰과 와이파이 기기를 데스크에 맡기기만 하면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어느새 비는 그쳤다. 도로변 버스 승차장에 앉아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간식으로 허기를 달래고 잠시 쉼을 얻는다.
오늘은 대관령성당 신축 기공식이 있는 날이다. 4년여 동안 대관령성당 교우분들이 원훈 갈리스토 신부님과 함께 마음을 모아 준비해 왔고, 수많은 분들의 도움 끝에 드디어 기공식을 하게 되었다. 하느님 보시기에 합당한 아름다운 성당이 세워지기를 마음 깊이 기도해 본다.
78km쯤 달렸을 때 첫 쉼터가 나타났다. 아침 일찍부터 출발하였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길 주변에는 농가 한 채 보이지 않았다. 아침을 먹지 않고 출발했더라면 정말 힘든 하루가 되었을 것이다. 쉼터에 있는 식당에서 한숨을 돌리고, 점심식사로 양고기 구이를 주문했다. 하지만 고기가 질겨 도저히 씹기 어려웠다. 그래도 먹어야 했다.
오늘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아 속도를 내기 어려웠다. 대신 천천히 달린 만큼 주변 풍경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생각보다 야생화는 많지 않았지만, 동이나물은 샛노랗게 피어 반겨주었고 산괴불주머니도 바람에 흔들리며 인사를 건네는 듯했다.
100km 지점쯤에서 만난 젊은이들에게 잘 곳이 어디쯤 있는지 물어보니 10km만 더 가면 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다시 힘을 냈다. 마침내 모텔에 도착했다. 숙박비도 3만 원 정도로 부담 없는 가격이었다.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행복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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