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Pyeongchang 17일차
- WOOK
- May 20
- 2 min read
Updated: Jun 23
출발 : Baykalsk
도착 : Irkutsk
주행거리 : 105.52km
주행시간 : 8:21:33
새벽 5시경, 빵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숙소 여사님은 환한 미소로 직접 문까지 열어주시며 배웅해주신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고마운 마음에 준비해온 브로치를 선물로 드렸다.
숙소 바로 뒤편 산에는 스키장이 자리하고 있다. 러시아 스키장은 처음 본다. 스키장 너머로는 눈 덮인 산들이 펼쳐져 있는데, 어쩌면 만년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시작부터 업힐이 만만치 않다. 결국 두 번이나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야 했다. 게다가 바이칼 호수 위로 떠오르는 여명이 너무 아름다워 중간중간 사진과 동영상을 찍느라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37km 지점쯤, 주영이가 이야기했던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오늘은 이곳에 머물며 주변을 천천히 둘러볼까 잠시 고민했다. 바이칼 호수 표지판 앞에서 기념사진도 찍고, 호숫가에 내려가 발도 담가보고, 물도 한 모금 마셔본다.
이 정도면 바이칼에서 해야 할 기본은 다 해본 셈이다.
더 머물기보다 이르쿠츠크 방향으로 조금이라도 더 가보기로 마음먹는다.
카페에 들러 스프와 초밥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 문득 자전거를 타기 시작한 지난 시간이 떠오른다.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탄 지는 이제 겨우 4년째다. 그전에는 생활자전거로 가까운 거리만 겨우 다녔다. 학창 시절에는 집안 형편을 알기에 자전거를 사달라는 말조차 꺼내보지 못했다.
그러다 사단법인 두메길을 창단하며 초대 회장을 맡게 되었고, 산을 열심히 다니기 시작했다. 겨울이면 스키도 탔다. 어느 날 겨울 시즌이 끝나자 회원들이 자전거를 타보자고 권했다. 다행히 집 한쪽에 오래된 고물 자전거 한 대가 있었다.
재미있었다.
구력은 짧으니 잘 달릴 수는 없었지만, 끝까지 가는 힘은 있었다.
용기를 내어 원주 그란폰도에도 출전했다. 아마 최고령 참가자 중 한 명이었을 것이다. 주문진까지 가곡을 배우러 다니며 대관령 진고개 삽당령을 넘나들며 왕복 100km를 자전거로 다녔던 연습 덕분인지, 다리에 쥐가 몇 번이나 났지만 컷오프 없이 완주할 수 있었다.
그때 꿈이 생겼다.
‘75일 동안 전국일주 10,000km.’
사실 도전은 그전부터 이어지고 있었다. 2007년에는 2014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며 동료 네 명과 함께 롤러스키로 전국을 돌았다. 30일 동안 2,214km. 자동차 도로를 달려야 했던 무모한 도전이었다. 하지만 모두 무사히 완주했다.
2021년에는 2024 강원청소년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기원하며 홀로 걸어서 100일 동안 4,066km를 완주했다.
그리고 2025년, 75일 동안 자전거로 전국일주 10,000km를 무사히 마쳤다.
그 경험들이 지금의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이제는 더 큰 꿈을 향해 달린다.
세계일주 15개월 50,000km.
그리고 언젠가 평창에서 다시 동계올림픽이 열리기를 간절히 바라며.
한참을 달려 거대한 산 하나를 넘고 나니 체력이 완전히 바닥난다.
어느새 105km를 달렸다. 마침 모텔 안내판이 보여 들어가 봤지만 문이 굳게 닫혀 있다.
그때 근처 좋은 집에서 나오던 부부에게 숙소를 물어보니, 다음 숙소는 50km는 더 가야 한다고 한다. 순간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으니, 부부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본다. 하지만 여의치 않았는지 결국 이르쿠츠크까지 태워다주겠다고 한다.
오늘도 천사를 만났다.
차를 타고 약 50km를 더 달려 이르쿠츠크 시내 중심가에 도착했다. 부부는 두 딸과 함께 환하게 웃으며 작별 인사를 건넨다. 참 감사한 사람들이다.
이제 숙소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다른 젊은 부부가 나타나 호텔까지 직접 안내해주고 체크인까지 도와준다.
또 한 번 천사를 만났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이틀 숙박을 예약했다. 내일은 비 예보도 있고, 강변을 따라 펼쳐지는 ‘시베리아의 파리’ 이르쿠츠크의 모습을 천천히 담아보고 싶다.
저녁을 먹으러 나가 햄버거 가게에 들어갔는데, 준비했던 고기가 모두 팔려버렸다고 한다. 결국 햄버거 대신 소시지빵과 감자튀김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이르쿠츠크 거리에는 구름처럼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나는 몹시 피곤하다.
하지만 오늘도 무사히 여기까지 왔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