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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 Pyeongchang 16일차

  • WOOK
  • May 19
  • 2 min read

출발 : Babushkin

도착 : Baykalsk

주행거리 : 129.79km

주행시간 : 8:16:41

새벽 네 시 반. 멀리 바이칼 호수 위로 여명이 밝아오고 있다. 한국에서 정동진역이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유명하다면, 이곳은 어쩌면 바이칼 호수와 가장 가까운 숙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밤새 거의 5분 간격으로 화물열차와 여객열차가 기적 소리를 울리며 지나갔다. 끝없이 이어지는 철로 위를 달리는 열차들을 보며 러시아의 엄청난 물류 규모를 실감한다.

그동안 나는 전국일주를 세 번 하였는데, 별도의 발대식이나 출정식 없이 조용히 떠났다가 무사히 돌아오면 주민들이 성대하게 환영을 해주곤 했다. 그런데 이번 여행은 달랐다. 사○영 님과 남○희 님을 만나면서 일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1월 29일, 남○희 님을 만나 자전거 세계일주 계획을 이야기하면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다시 유치하자는 메시지를 담고 싶다”고 말했더니, 남○희 님이 곧바로 “어게인 평창 2042”라는 슬로건을 제안하셨다. 그 순간 쾌재를 불렀다.

이후 남○희 님은 직접 홍보단을 꾸리기 시작했다. 단장에는 양○철 교수님, 실장에는 안○혜 님, 후원회장은 남○희 님이 맡기로 했다. 지역의 여론도 중요하므로 운영위원장은 한○현 님, 사무총장은 강○혁 님이 맡았고, 김○현 님을 비롯한 여러 분들이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주셨다. 모두가 일당백으로 움직여준 덕분에 순식간에 출정식과 발대식이 준비되었고, 많은 분들의 격려 속에서 나는 이 긴 여정을 시작하게 되었다.

사실 그만큼 부담도 커졌다. 혼자 조용히 떠나면 모든 것이 자유롭다. 힘들면 쉬고, 방향을 바꾸고, 포기하는 것도 오롯이 내 선택이다. 하지만 홍보단까지 꾸려지고 많은 분들의 기대와 응원이 더해지면서, 어떻게든 안전하게 목표를 이루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강박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게 되었다.

오늘 라이딩은 출발부터 만만치 않았다. 업힐과 다운힐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한참을 오르내리며 달리고 있는데,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아는 한 현지인이 차를 세우고 천천히 속도를 맞춰 이야기를 건넨다. 내가 안쓰러워 보였는지 100루블을 손에 쥐여준다. 참 고맙다.

오른편으로는 끝없이 펼쳐진 바이칼 호수가 함께 달린다. 중간중간 바이칼에서 잡은 물고기와 특산물을 파는 작은 노점들도 지나친다.

80km 지점쯤 되었을까. 하루 종일 빵 두어 조각밖에 먹지 못해 힘이 빠진다. 길가의 약간 경사진 풀밭에 그대로 몸을 눕히고 빵을 씹는다. 누가 보면 영락없는 거지 꼴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마음만큼은 특급호텔보다 더 편안하다.

84km 지점에 카페 하나가 나타난다. 반가운 마음에 들어가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는다. 모처럼 서비스로 커피 한 잔까지 마신다. 뜨거운 커피 향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그리고 다시 길을 나선다.

한참을 달리는데 멀리 짐을 가득 실은 자전거 한 대가 보인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 만나는 장거리 라이더다. 반가운 마음에 길을 건너 다가갔더니 놀랍게도 한국인이다.

정수겸. 스물여섯 살, 포천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일본에서 유학하다가 동남아 여행을 시작으로, 이번에는 1년 계획의 자전거 세계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서로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고, 나는 그에게 구글 로그인 문제 해결 도움도 받았다. 젊은 여행자의 눈빛이 참 맑고 단단해 보인다. 부디 귀한 여행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오늘은 바이칼 호수가 잘 보이는 멋진 장소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호숫물에 발이라도 담가보고 싶은 마음이다.

그런데 120km를 조금 넘긴 즈음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마음이 급해진다. 마을 하나가 보여 들어가 보지만 호텔 두 곳 모두 문이 닫혀 있다. 순간 막막해진다.

그때였다.

갑자기 젊은 청년 한 명이 나타난다. 상황을 이해했는지 이곳저곳 수소문을 해주더니, 직접 숙소까지 데려다주고 안내까지 해준다. 정말 천사 같은 사람이다. 숙소 주인도 무척 친절하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몸을 눕히는 순간, 진심으로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여기가 천국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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