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 Pyeongchang 11일차
- WOOK
- May 14
- 2 min read
출발 : Vzazemskiy
도착 : Khabarovsk
주행거리 : 126.6 km
주행시간 : 9:36:10
새벽 한시.
오늘은 하바롭스크에서 울란우데로 향하는 열차를 타는 날이다. 열차 출발 시각은 오후 1시 26분. 남은 거리는 약 120km. 고민 끝에 새벽 2시에 출발하기로 결정했다. 원래는 야간 라이딩을 전혀 할 생각이 없었지만, 앞뒤 라이트 상태도 좋고 헤드램프까지 준비되어 있어 가능하겠다는 판단이 섰다. 무엇보다 새벽 시간에는 차량 통행이 적어 차가 오면 갓길로 충분히 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인생 첫 야간 장거리 라이딩이라 마음 한구석에는 긴장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캄캄한 도로 위를 달린다. 간혹 곰이 출몰한다는 이야기가 떠오를 때면 머리카락이 바짝 서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추위가 점점 심해졌다. 손끝이 얼어붙는 듯 시려왔다. 혹시 동상이라도 걸리는 건 아닐까 싶어 결국 멈춰 서서 짐 속 깊이 넣어두었던 겉옷을 꺼내 입었다. 몸은 조금 나아졌지만 손 시림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시베리아의 봄에도 동상에 걸릴 수 있나…’
도로 옆 쉼터가 보여 들어갔더니 문은 잠겨 있고 작은 쪽문으로만 주문을 받는다. 어쩔 수 없이 피자 한 조각과 따뜻한 캔커피를 사서 언 몸을 녹였다. 그렇게 다시 길 위로 나선다.
밤새 된서리가 내렸는지 들판에는 자욱한 안개가 깔려 있었다. 작은 호수에서는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그 풍경이 새벽 공기 속에서 몽환적으로 펼쳐졌다. 그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자작나무 숲길. 온 세상이 자작나무였다.
문득 2005년 알래스카 여행 때 보았던 풍경이 떠오른다. 자작나무는 어쩐지 청순한 새색시를 닮았다. 가을이면 노랗게 물든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은, 곱게 늙어가셨던 우리 할머니의 모습처럼 따뜻하고 포근하다.
요즘은 우리나라에서도 자작나무가 인기가 많다. 인제 자작나무 숲이 그렇고, 대관령의 버치힐 골프장과 버치힐 콘도 역시 이름처럼 자작나무로 가득하다. 가로수도 자작나무로 꾸며 놓은 곳이 많다. 나 역시 부모님 공원에 자작나무를 심어두었다. 4미터 간격으로 두 줄을 심었는데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 어느새 하늘을 찌를 만큼 커졌다. 번식력도 대단해 주변이 온통 자작나무로 빼곡하다. 예전에는 연인들이 자작나무 껍질에 사랑의 연서를 적었다고도 한다.
마침내 하바롭스크 시내로 들어섰다. 몇몇 사람들에게 길을 물어가며 Maps.me 지도를 따라 하바롭스크역까지 도착했다. 이제 문제는 자전거였다. 열차에 싣기 위해 분해해서 가방에 넣어야 하는데, 막상 해보니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아뿔싸.
쩔쩔매고 있으니 지나가던 외국인 몇 명이 다가와 도와주었다. 가까스로 뒷바퀴를 분리했지만 여전히 가방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결국 무작정 역사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인터넷이 되지 않아 파파고도 먹통이었다. 순식간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
그때 한 역무원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안쓰러웠는지 조용히 다가왔다. 표를 보여주자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다. 거의 20kg 가까운 짐가방을 메고 정신없이 그를 따라갔다.
플랫폼에 도착하자 여성 차장이 자전거 앞바퀴까지 빼라고 한다. 표정을 보니 그대로는 절대 태워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사실상 마지막 고비였다.
난감해하고 있는데, 아까 도와주던 친절한 역무원이 내 공구를 이용해 앞바퀴까지 직접 분리해주었다. 그리고 어디선가 검은 비닐까지 가져와 젊은 직원과 함께 자전거를 정성껏 포장해주었다.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다.
그렇게 울란우데로 향하는 긴 열차가 끝없는 시베리아의 길 위를 달려간다.
그리고 그 안에, 내가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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