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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 Pyeongchang 12일차

  • WOOK
  • May 15
  • 2 min read

< 시베리아 횡단열차 탑승 중 >

20260514 13:26 : Khabarovsk

20260516 18:30 : Ulan-Ude

밤새 꿀잠을 잤다. 전날 새벽 1시에 일어나 두 시도 되기 전에 출발했고, 126km를 달려 하바롭스크역에 도착했다. 그러나 자전거를 분해해 열차에 싣는 과정에서 진땀을 뺐다. 다행히 너무도 친절한 역무원들의 도움 덕분에 겨우 열차에 오를 수 있었는데, 그 긴장이 몸을 몹시 지치게 했던 모양이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본다. 달려도 달려도 끝없는 평원이 이어진다. 참으로 광활한 땅이다. 내 땅 한 평 없이 농사와 축산을 시작했던 나는 그 넓은 땅이 그저 부러울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농지도, 가축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넓은 초원 위에 소나 말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일까 상상해 본다. 예로부터 농업을 천직으로 여겼던 우리 조상들에게 땅은 곧 생명이었다. 가족의 생계가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지주들의 횡포를 견디지 못해 먹고살기 위해 연변과 연해주로 떠나야 했던 선조들의 아픈 역사도 떠오른다.

가끔 창밖으로 묘역이 보인다. 숲속에 자리한 수목장 같은 모습이다. 어떤 곳에는 도로변에 표석과 꽃이 놓여 있고, 옆에는 부서진 자동차 잔해가 함께 남아 있다. 순간 섬찟해진다. 아마 사진 속의 누군가가 그 자리에서 세상을 떠난 모양이다.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도, 그리고 지금 열차를 타고 지나오면서도 폐허가 된 농가들을 많이 보았다. 그 너른 토지를 다시 활용할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2등석 4인실 칸에 타고 있다. 좁은 공간 안에 2층 침대가 놓여 있는 구조다. 먼저 타고 있던 젊은 남자는 창문을 꼭 닫은 채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었다. 차창 밖을 바라보는 것조차 눈치가 보이고, 작은 소리에도 예민하게 반응해 꽤 부담스럽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 구간 요금만 해도 우리 돈으로 약 30만 원 정도다.

무엇보다 답답한 것은 인터넷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카카오톡도 로밍도 전혀 연결되지 않는다. 결국 마음을 비우고 잠이나 실컷 자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번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전거만으로 완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너무 위험하다며 화까지 내며 만류하는 가족들과 지인들의 성화에 결국 지고 말았다. 덕분에 이렇게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는 특별한 경험도 하게 되었다.

어차피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으니까.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임찬호 부부님의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가장 중요한 경비 문제부터 챙겨주셨는데, 수수료 부담이 적은 트래블월렛 카드와 하나머니 카드도 직접 만들어 주셨다. 내가 예전처럼 종이에 만인보나 만일보를 쓰거나 노트북을 들고 다니려 하자 휴대폰 메모G를 활용하면 된다고 알려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신의 한 수였다.

또 자전거 여행 전문가인 김인백 교수님도 소개해 주셔서 캠핑 장비와 가방 세트를 좋은 가격에 준비할 수 있었다. 여행을 하며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

룸메이트는 아침 9시 반쯤 일어나 먼저 말을 걸어왔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나는 빵 두 조각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했다. 그때 갑자기 차창 밖으로 눈이 보였다. 자작나무와 낙엽송들도 이제야 겨우 새순을 밀어 올리고 있다.

어느새 참나무 숲은 사라지고 낙엽송 숲이 이어진다. 계절은 대관령보다 두 달쯤 늦은 듯하다. 황량하면서도 웅장한 시베리아의 풍경이다. 이제야 주변 사람들이 왜 이 구간은 열차로 ‘점프’하라고 했는지 조금 이해가 된다.

점심 무렵부터는 룸메이트와 서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열차가 정차할 때면 함께 플랫폼으로 내려가 바람도 쐬고, 작은 시골 간이역의 정취도 느껴본다. 먹을거리도 조금씩 사며 시간을 보낸다.

지금 시간은 저녁 8시 30분인데도 아직 바깥은 환하다.

문득 생각한다.

북유럽에 가면 정말 백야를 볼 수 있을까?

저녁에는 34세의 젊은 룸메이트가 라면과 소시지를 건네주었다. 따뜻한 마음 덕분에 더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빈 침대 하나에 젊은 여성이 새로 탑승했다.

내 인생 첫 혼숙 객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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