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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 Pyeongchang 13일차

  • WOOK
  • May 16
  • 2 min read

< 시베리아 횡단열차 탑승 중 >

20260514 13:26 : Khabarovsk

20260516 19:30 : Ulan-Ude

열차의 규칙적인 흔들림 때문인지 밤새 단잠을 잤다. 아직 룸메이트들은 모두 잠들어 있어 조용히 객실 밖으로 나와본다. 창밖으로 펼쳐진 날씨가 참 좋다. 꿈에 그리던 시베리아 횡단열차 안에서 문득 여러 생각에 잠긴다.

여행에는 세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다.

첫째는 교통. 어떤 이동 수단을 이용하여 목적지에 도착할 것인가를 파악하여 전체적인 여정을 그리는데 필수적인 요소이다.

둘째는 통신. 언제 어디서든 현재 상황을 파악하고 어떻게 행동할 지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은 비용. 두말할 필요도 없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다.

이번 여행을 떠나기까지 참으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다. 살아가면서 누구를 만나느냐가 중요하다고들 한다. 특히 이기상 부부님은 직접 시베리아 횡단열차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로, 나를 친동생처럼 걱정해주시며 많은 지혜를 나눠주셨다. 이기상님 역시 예전에 조선일보 유라시아 횡단 행사에 신청했던 경험이 있어 실제적인 조언이 큰 힘이 되었다.

두 분께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여행은 혼자서도 떠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기상님은 자전거 추천부터 통신기기, 가민, 위성전화, 고글에 이르기까지 세세하게 챙겨주셨다. 그 고마움을 잊을 수가 없다. 두 분을 만나며 자전거 타기뿐 아니라 가곡 부르기, 독서 모임, 클래식 감상반, 오페라 감상, 대관령 살롱 같은 다양한 문화 활동까지 함께하며 많은 배움을 얻었다.

시베리아 열차의 역무원들은 참 친절하다. 특히 넉넉한 체구의 청소 담당 여성분은 하루에도 몇 번씩 객실을 돌며 땀을 흘려가며 청소를 해주신다.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다.

이제 약 10시간 정도 후면 오늘의 목적지인 울란우데에 도착한다. 솔직히 자전거를 다시 조립해야 한다는 생각에 조금 걱정도 된다. 하지만 너무 조급해하지 않기로 한다. 시간이 남는 김에 여행기에 담을 소중한 이야기들을 미리 정리해본다. 돌아보면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이렇게 차분히 정리할 시간을 갖게 되어 행복하다.

아침이 되자 어제의 그 젊은 룸메이트가 또 직접 준비한 샐러드와 누룽지 비슷한 음식을 건네준다. 염치 불고하고 뜨거운 물어 부어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었다. 식사를 하는 동안 젊은 여성 룸메이트는 조용히 자리를 피해준다. 작은 친절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잠시 인터넷 연결이 되어 딸과 두메MTB 회원분들과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 메시지를 읽는 순간 고마운 마음에 괜히 울컥한다. 객차 안 샤워실에서 간단히 씻고 나오니 몸도 한결 가볍다. 음식도 잘 맞고, 화장실 문제도 없으니 농담처럼 ‘러시아 체질인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열차는 작은 시골 정거장에 잠시 멈춰 선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 먹거리를 사는 사람들. 한적하고 평화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그때 갑자기 한국말이 들린다.

알고 보니 역무원이었다. 평택, 부천, 부산 등 한국 여러 곳에 있었던 적이 있다며 서툴지만 반가운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다. 낯선 땅에서 듣는 모국어가 이렇게 반가울 줄이야.

오늘의 목적지 울란우데까지는 시차가 바뀌어 도착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더 늦춰진다고 한다. 창밖 풍경도 어느새 끝없는 소나무 숲으로 바뀌어 있다.

그리고 마침내 울란우데 도착.

이제 또 하나의 난관인 자전거 조립이 남았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지나가는 현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더니, 놀랍게도 직접 차를 가져와 자전거 가게까지 데려다준다. 이동 중 흔들리면서 틀어진 부분도 많았고, 떨어진 부품과 브레이크 패드 등 손볼 곳도 꽤 있었다. 정비사는 체인오일 작업부터 공기압 점검까지 꼼꼼하게 마무리해주었다.

모든 정비를 끝내고 다인실 숙소에 짐을 풀었다.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건너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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