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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 Pyeongchang 22일차

May 25
2 min read

출발 : Krasnoyarsk

도착 : Kozulka

주행거리 : 166.84km

주행시간 : 9: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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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집에서 잔 것처럼 깊은 잠을 잤다. 새벽 네 시쯤 눈이 떠졌지만 괜히 부산을 떨어 세르게이 부자의 잠을 깨우고 싶지 않아 조용히 기다리다가 다섯 시쯤 일어나 씻고 출발 준비를 한다.

간단하게 차와 빵으로 아침을 먹고,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주니어 세르게이가 자전거가 있는 차고까지 직접 차를 몰아 데려다준다.

가는 길에 그는 “우리 집에 외국인이 온 것은 처음이다”라고 말한다.

차고에 도착하자 세르게이는 마치 자기 자전거를 다루듯 능숙하게 앞바퀴를 끼우고 브레이크를 다시 조절해준다. 깃대까지 꼼꼼히 챙긴 뒤, 225번 도로 방향을 종이에 직접 그려주고 자신의 전화번호까지 적어준다.

정말 배려의 달인이다.

고마운 마음에 조심스럽게 사례라도 하고 싶어 뜻을 내비쳤지만, 세르게이는 펄쩍 뛰며 손사래를 친다.

나는 염치없이 감사한 마음만 안고 떠난다.

세르게이 부자님, 정말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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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을 밟으며 문득 내 첫 번째 여행이 떠오른다.

1977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였다. 집안 형편은 넉넉하지 않았고, 공부는 내가 갈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신 내가 좋아하던 고랭지 채소 재배와 축산을 하며 “전국에서 노동시간이 가장 긴 농사꾼이 되겠다”는 각오로 농촌 생활을 시작했다.

그해 농사를 무사히 마친 뒤, 어머니께 혼자 전국일주 배낭여행을 다녀오겠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어머니는 걱정이 크셨다.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말리시는데 차마 떠날 수가 없었다.

결국 1년을 더 참았다.

그제야 어머니도 반쯤 허락을 하셨고, 나는 홀로 배낭을 메고 열흘 남짓 발길 닿는 대로 전국을 떠돌았다.

어쩌면 대학에 가지 못하며 누리지 못했던 청춘에 대한 작은 보상이었는지도 모른다. 연애도, 다방도, 당구장도 마음껏 누려보지 못했던 젊은 날에 대한 위안 같은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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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9시 반쯤.

날씨는 더없이 좋고 주변 풍광도 아름답다. 43km 지점 분위기 좋은 카페에 들러 스테이크를 주문해 늦은 아침 식사를 한다.

100km 지점을 넘기자 이제는 자연스럽게 숙소 걱정을 하게 된다. 다음 숙소가 언제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카페 하나가 보여 들어가 숙박이 가능한지 물었지만 안 된다고 한다. 대신 간단히 꼬치구이를 주문해 허기를 달랜다.

한참을 신나게 달리다가 문득 길이 이상하다는 느낌이 든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반대로 왔다고 한다.

순간 스스로가 한심하다.

다시 방향을 돌려 되돌아간다.

오는 길에 몇 군데 카페에 들러 숙박 가능 여부를 물었지만 모두 안 된다고 했다. 점점 걱정이 커진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한 카페에 들어가 “창고라도 좋으니 하룻밤만 재워달라”고 부탁해본다. 하지만 단호하게 안 된다고 한다. 대신 4km만 더 가면 숙소가 있다고 알려준다.

지친 몸으로 마지막 힘을 내어 4km를 더 달려본다.

그런데 도착한 곳에는 민가뿐이다.

난감해하고 있는데 젊은 부부가 다가온다. 숙소를 찾고 있다고 하자 호텔이 가까이 있다며 따라오라고 한다. 마침 승용차 뒤에는 작은 트레일러까지 달려 있다.

부부는 내 자전거를 직접 실어 트럭카페 겸 모텔까지 데려다주고, 체크인까지 도와준다.

러시아를 여행하면서 계속 느끼는 것이 있다.

이곳 사람들은 참 따뜻하다.

그리고 아무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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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행거리 166km.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리 힘들지 않다.

조금씩 근력이 올라오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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