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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 Pyeongchang 23일차

May 26
2 min read

출발 : Kozulka

도착 : Bogotol

주행거리 : 130.18km

주행시간 : 8:4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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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네 시.

오늘도 저절로 눈이 떠진다.

5시 무렵 짐을 챙겨 길을 나선다. 아직 세상은 잠들어 있고, 희미한 새벽빛만 도로 위에 깔려 있다.

40km쯤 달렸을까.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황급히 비옷을 꺼내 입고, 혹시라도 젖지 않도록 가민부터 안전하게 챙겨 넣는다. 자전거 여행에서 가민은 정말 훌륭한 친구다. 거리와 속도, 방향과 진행 상황을 묵묵히 알려주며 언제나 길 위를 함께 달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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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km 지점에서 잠시 멈춰 간식을 먹고 있는데 차 한 대가 옆에 선다. 젊은 남성이 웃으며 다가온다.

자전거 마니아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사과 하나를 건네준다.

짧은 만남이지만 마음이 참 따뜻하다.

러시아 사람들.

정말 친절하고 정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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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오래 맞았더니 몸이 으슬으슬 떨린다. 오한이 밀려온다. 빨리 몸을 움직여야 한다.

페달을 밟다 보니 문득 젊은 시절이 떠오른다.

한때 심적으로 몹시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다. 어느 날 문득 내 의지를 시험해보고 싶어 동네 마라톤대회에 출전했었다.

후배들은 내가 늦게 들어올 줄 알고 특별상까지 준비해두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결과는 5등.

나 자신도 깜짝 놀랐다.

‘내가 이렇게 달릴 수 있었나?’

그날 이후 자신감이 생겼다.

대관령에 전지훈련을 왔던 이봉주 선수, 권은주 선수 등 마라톤 선수들과 함께 달리며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농사일을 마치고 달렸고, 바쁠 때는 밤중에도 달렸다.

점점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강원도 생활체육 대표선수로 선발되어 통일역전마라톤대회에도 출전했고, 여러 동네 마라톤대회에서 우승도 했다.

평창군 노성제마라톤대회에서는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경찰차 에스코트를 받으며 우승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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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999년 춘천 조선일보 마라톤대회.

첫 풀코스 도전이었다.

달리는 도중 쥐가 한 번 크게 났지만 끝까지 버텼고, 결국 3시간 8분 38초 기록으로 2,308명 중 80등을 했다.

그 경험 이후 늘 마음속에 품게 된 생각이 있다.

누구나 자기 안에 잠들어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먼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일단 도전해보는 것.

어쩌면 그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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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km쯤 달리고 있는데 아까 사과를 주고 갔던 젊은이가 다시 나타난다.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는 에너지바 두 개와 10루블 지폐 한 장을 건네준다. 그리고는 그 지폐에 자기 고향의 건축물이 들어가 있다고 설명해준다.

참 순수한 마음이다.

그는 43세라고 한다. 배터리 관련 일을 하는 듯했고, 집에는 자전거가 여러 대 있다고 한다. 자전거 여행도 꽤 많이 해보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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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출발했는데, 이후부터는 시베리아 바람의 진면목을 맛보았다.

평지인데도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아무리 힘껏 페달을 밟아도 자전거가 제자리걸음을 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숙소가 나올 때까지는 가야 한다.

자전거에 부딪힐 정도로 가까이 달려 위협적이던 대형 화물차의 바람이 오히려 반갑게 느껴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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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km 지점.

겨우 작은 마을 하나에 도착한다. 하지만 숙소는 없다.

‘오늘은 또 어디서 자야 하나…’

그때 옛 주유소를 철거하는 현장이 보인다. 조심스럽게 다가가 잘 곳을 찾고 있다고 말하자, 잠시 기다려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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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국도 옆에 에어매트리스를 깔고 한참을 쉬고 있었다.

잠시 후 다시 불러 들어가 보니, 사무실에서 자도 된다고 한다.

경비팀장 올레크님이 따뜻한 커피와 빵, 토마토, 계란까지 푸짐하게 차려준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올레크님은 51세로 캄차카 출신이라고 한다. 캄차카에는 고려인들도 많이 산다고 이야기해준다. 아들도 한 명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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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다시 느낀다.

러시아 사람들은 참 인정이 많다.

그리고 대부분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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