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Pyeongchang 18일차
Updated: Sep 21
출발 : Irkutsk
도착 : Irkutsk
주행거리 : 44.31km
주행시간 : 2:53:00
새벽 네 시, 자연스럽게 눈이 떠진다. 숙소 바로 앞을 지나는 전차가 10분 간격으로 지나갈 때마다 천둥 같은 소리가 울리고 침대까지 들썩거린다. 하지만 오늘은 마음이 한결 가볍다. 비 소식도 있고, 무엇보다 너무도 매력적인 이르쿠츠크에서 하루 더 머물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늘만큼은 숙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어제 시내로 들어오며 눈여겨보았던 강변 자전거도로가 생각나 아침 일찍 길을 나선다. 강가에는 물새 소리만 요란하게 울리고, 도시 전체는 아직 잠든 듯 고요하다. 벤치에 앉아 천천히 강물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긴다.
‘여행의 참맛이 이런 것일까.’
문득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나는 어릴 때부터 책 읽기에 목말라 있었다. 하지만 전깃불조차 들어오지 않던 시골에서는 책을 구경하기도 쉽지 않았다. 백방으로 살피다가 대관령 성결교회 문고를 발견했다. 마치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그 뒤로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며 책을 읽었다. 밖에서는 칼바람이 몰아쳤지만, 나는 책 속 세상에 빠져 밤을 새우곤 했다. 주로 읽었던 것은 위인전이었다. 마젤란, 아문센, 잔다르크, 슈바이처, 징기스칸 같은 인물들의 이야기였다. 그들의 탐험과 모험 정신에 매료되다 보니 어느새 나 역시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아마 지금 내가 이런 무모한 여행을 떠나게 된 씨앗도 그때 마음속에 심어진 것인지 모른다.
모처럼 혼자 여유롭게 아침 식사를 한다. 따뜻한 스프와 소시지, 계란찜에 빵, 쿠키와 커피까지 곁들여진 든든한 식사다.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아침이다.
짐을 모두 숙소에 내려놓고 자전거를 타고 강변으로 나가니 몸이 날아갈 듯 가볍다. 강변길은 분위기는 참 좋지만 도로 상태가 좋지 않고 길이 짧아 조금 아쉽다. 강 한가운데에는 공원도 조성되어 있는데, 그곳에서 자전거와 롤러블레이드를 타며 묘기를 부리는 젊은이들의 실력이 대단하다.
오늘은 거리보다도 ‘놀러 다닌다’는 기분으로 자전거를 탄다. 이곳저곳 오가며 관광도 하고, 앞으로 달려갈 길도 미리 살펴본다.
딸과 운영진에서는 옴스크까지는 지형이 험하니 열차를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이미 결정을 내렸다. 지형이 험하면 하루 거리를 줄이면 되고, 휴게소가 드물면 트럭 운전자들에게 도움을 청하며 가면 된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자전거로 갈 수 있는 데까지는 가보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며 코스 답사 겸 라이딩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세차게 쏟아진다. 황급히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에 앉아 쉬면서 오랜만에 안정적인 와이파이를 사용한다. 그동안 연락드리지 못했던 분들께 안부도 전한다. 여행 중에는 짧은 연락 하나가 참 소중하다.
비는 계속 내린다. 결국 비옷을 챙겨 입고 어제 갔던 햄버거 가게로 향한다. 어제 만났던 인상 좋은 주인장은 나를 기억했는지 반갑게 웃어준다. 메뉴판 그림을 가리켜 주문하자 다시 환하게 웃는다.
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창밖의 저녁 풍경을 바라본다.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어떤 이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바쁜 걸음을 옮긴다. 도로에는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담배를 피우는 여성들이 많다는 점이다. 낯선 도시의 풍경 속에서 또 다른 문화의 단면을 본다.
그렇게 비 내리는 이르쿠츠크의 밤이 깊어간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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