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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ainPyeongchang 18일차

May 21
2 min read

Updated: Sep 21

출발 : Irkutsk

도착 : Irkutsk

주행거리 : 44.31km

주행시간 : 2: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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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네 시, 자연스럽게 눈이 떠진다. 숙소 바로 앞을 지나는 전차가 10분 간격으로 지나갈 때마다 천둥 같은 소리가 울리고 침대까지 들썩거린다. 하지만 오늘은 마음이 한결 가볍다. 비 소식도 있고, 무엇보다 너무도 매력적인 이르쿠츠크에서 하루 더 머물기로 했기 때문이다. 오늘만큼은 숙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어제 시내로 들어오며 눈여겨보았던 강변 자전거도로가 생각나 아침 일찍 길을 나선다. 강가에는 물새 소리만 요란하게 울리고, 도시 전체는 아직 잠든 듯 고요하다. 벤치에 앉아 천천히 강물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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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참맛이 이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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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나는 어릴 때부터 책 읽기에 목말라 있었다. 하지만 전깃불조차 들어오지 않던 시골에서는 책을 구경하기도 쉽지 않았다. 백방으로 살피다가 대관령 성결교회 문고를 발견했다. 마치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그 뒤로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며 책을 읽었다. 밖에서는 칼바람이 몰아쳤지만, 나는 책 속 세상에 빠져 밤을 새우곤 했다. 주로 읽었던 것은 위인전이었다. 마젤란, 아문센, 잔다르크, 슈바이처, 징기스칸 같은 인물들의 이야기였다. 그들의 탐험과 모험 정신에 매료되다 보니 어느새 나 역시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아마 지금 내가 이런 무모한 여행을 떠나게 된 씨앗도 그때 마음속에 심어진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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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혼자 여유롭게 아침 식사를 한다. 따뜻한 스프와 소시지, 계란찜에 빵, 쿠키와 커피까지 곁들여진 든든한 식사다. 오랜만에 만족스러운 아침이다.

짐을 모두 숙소에 내려놓고 자전거를 타고 강변으로 나가니 몸이 날아갈 듯 가볍다. 강변길은 분위기는 참 좋지만 도로 상태가 좋지 않고 길이 짧아 조금 아쉽다. 강 한가운데에는 공원도 조성되어 있는데, 그곳에서 자전거와 롤러블레이드를 타며 묘기를 부리는 젊은이들의 실력이 대단하다.

오늘은 거리보다도 ‘놀러 다닌다’는 기분으로 자전거를 탄다. 이곳저곳 오가며 관광도 하고, 앞으로 달려갈 길도 미리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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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과 운영진에서는 옴스크까지는 지형이 험하니 열차를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이미 결정을 내렸다. 지형이 험하면 하루 거리를 줄이면 되고, 휴게소가 드물면 트럭 운전자들에게 도움을 청하며 가면 된다.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자전거로 갈 수 있는 데까지는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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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며 코스 답사 겸 라이딩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비가 세차게 쏟아진다. 황급히 숙소로 돌아온다.

숙소에 앉아 쉬면서 오랜만에 안정적인 와이파이를 사용한다. 그동안 연락드리지 못했던 분들께 안부도 전한다. 여행 중에는 짧은 연락 하나가 참 소중하다.

비는 계속 내린다. 결국 비옷을 챙겨 입고 어제 갔던 햄버거 가게로 향한다. 어제 만났던 인상 좋은 주인장은 나를 기억했는지 반갑게 웃어준다. 메뉴판 그림을 가리켜 주문하자 다시 환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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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창밖의 저녁 풍경을 바라본다. 사람들은 우산을 쓰고, 어떤 이는 비를 그대로 맞으며 바쁜 걸음을 옮긴다. 도로에는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담배를 피우는 여성들이 많다는 점이다. 낯선 도시의 풍경 속에서 또 다른 문화의 단면을 본다.

그렇게 비 내리는 이르쿠츠크의 밤이 깊어간다.

오늘 하루도 무사히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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